10개 소비자단체, 입법청원 10만서명 운동 진행 중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최근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개인정보유출 피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 등 잇단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배상을 받고 싶어도 글로벌기업과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 쉽지 않다. 이에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권익 찾기에 힘을 모아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 46명은 지난 2016년 7월 26일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이후 YWCA를 비롯한 10개 소비자단체들은 입법청원 10만 서명운동을 온·오프라인으로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집단소송제는 피해액이 적거나 다수가 피해를 입었을 때 대표자 또는 소수의 피해자가 전체를 대신해 소송할 수 있는 제도다. 우먼컨슈머는 한국YWCA연합회 이명혜 회장을 만나 소비자집단소송제 입법운동과 관련하여 입장을 들었다.

이명혜 회장은 1977년 마산YWCA간사로 시작해 실무활동가, 자원활동가, 임원으로 40년간 한국YWCA에서 활동하다 올해 2월 2일 정기총회에서 한국YWCA연합회 제 4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이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이사, 제2기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지난 10월 28일 이명혜 YWCA연합회 회장을 만나 집단소송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우먼컨슈머>

 

- 이전에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촉구한 적이 있다. 한국YWCA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YWCA는 우리나라 최초로 소비자고발을 받았다. 1968년 4월 1일 서울YWCA 소비자정보센터를 설립해 소비자운동을 시작했고 1970년 1월 소비자보호센터를 열었다. 1976년 YWCA를 주축으로 여러 여성, 소비자단체가 모여 연대단체인 소비자단체협의회를 결성했고 한국 소비자운동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YWCA는 소비자 불만처리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소비자의식을 변화시키고 정책제안으로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등 소비자운동의 새로운전환을 모색해왔다.

특히 사회적 존재로서 생활자가 곧 소비자고 문화창조자로 인간보호운동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주권을 강화하는데 앞장섰다.

소비자운동을 사회운동,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집단소송제도 운동 참여는 소비자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개선의 발전이라는 데 의미를 뒀다.
 
-미국, 영국 등은 전 분야에서, 독일 등은 공익성 소송으로만 범위를 한정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7월 박영선 의원이 미국식 집단소송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한국YWCA가 추구하는 집단소송은 미국식인가, 독일식인가?

독일은 단체소송제도를 가지고 있으나집단소송제도와는 다르다. YWCA를 비롯한 한국 소비자단체가 공동으로 제안하는 소비자집단소송법은 넓게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와 다르지 않다.
 
미국 집단소송제도의 경우 기획소송이나 함부로 소송을 내는 ‘남소’ 위험, 직업적원고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집단소송제도 도입안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인적 적용범위를 소비자에 한정하고 소비자 문제에 한해서 집단소송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비자 문제란 구매행위로 인한 채무불이행 소송에한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물 책임, 불법행위, 개인정보침해, 환경침해 등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에 해당하는 경우 집단소송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둘째, 소송을 확인소송과 소비자 신고를받고 법원이 원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결정하는 것으로 단계를 구분했다. 1단계 확인소송의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도입돼 있는 단체소송의 제소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단체에 원고적격을 부여했다.

1단계에서 침해여부를 확인하고 승소가능성을 판단한 뒤, 2단계 개별소비자가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은 opt-out(합의에 관여하지 않음)형태로 침해행위에 피해자가 모두 원고가되지만 소비자단체 법안은 opt-in(참여함) 형태로 피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원고가 돼 참여해야 소송결과에 대한 기판력을 받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식 집단소송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결과는 어떻게 됐나.
10만 서명운동은 YWCA를 비롯한 10개소비자단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의원발의를 통해 입법청원 할 예정이다.

현재 3만 5천명(10월 28일 기준)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집단소송제 도입에 관심이높은 의원실과 입법발의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홈플러스가 1심, 항소심에서 ‘1mm의 글씨크기는 복권이나 다른 약관에서도 사용되는 크기로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났다. 만약 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됐다면 판결이 달라졌을까.
홈플러스 소송은 기업이 소비자 개인정보를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한 동의를 받지 않고 제공했다는 문제점, 경품행사를 통해 고객 사은행사로만 알고 경품에 응모한 소비자의 개인정보를취득한 행위가 기만적 요소가 있으므로 적법한 개인정보 취득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문제가 됐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다고 하여 법률적, 사실적 관계를 변형시키는 것은 아니다. 집단소송제도는 단지 소송의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홈플러스 개인정보소송의 승패여부와는 무관하다.

소비자 피해는 소액이 다수인 경우가 많다. 현재 소송제도는 소송을 직접 제기한 사람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가 피해를 당해서 10만원을 배상받겠다고 소송하는 것은 비용, 절차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소송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동일한 사안의 판결효과가 피해 소비자 전체에게 미치기때문에 소비자 개개인이 단독으로 다시 소송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소비자 집단소송제도는 소비자가 소송의 주체로 소비자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다.
 
-담배피해 소송이 긴 시간 진행 중이다. 흡연으로 발생한 피해는 개인의 사전 인지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사안이 집단 소송제에 적용될 수 있을까.
소비자가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도 흡연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흡연자 본인이 그 폐해를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담배회사들의 주장일 뿐이다. 담배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은 그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담배회사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해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담배회사의 의무다. 그러나 담배회사는 지금까지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왔고, 광고를 통해 담배가 각종 발암물질과 화학물질이 결합된 유해물이 아닌 안전하고 무해하며 멋있는 제품인양 사실을 왜곡시켜 왔다.

담배회사는 담배의 중독성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조차 1994년 이전에는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중독성을 부인해왔다. 이는 내부문건과 공익신고자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담배에 중독된 흡연자에게는 흡연 여부가 매우 제한적인 선택에 해당한다.

2015년 담배회사에 대한 거액의 배상판결이 내려진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집단소송으로 진행되었다(주정부 소송과는 별개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 진행). 흡연 피해자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흡연피해도 집단소송제를 적용해야 소비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 담배의 폐해로부터 지금 소비자는 물론 잠재적 소비자들을 지켜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 지난 10월 28일 이명혜 YWCA연합회 회장을 만나 집단소송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우먼컨슈머>

 

-집단소송제도가 통과되면 YWCA는 어떤 사건에 제일 처음 동참할 것인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상조, 가습기 살균제 등 적용할 사안이 아주 많다.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그동안 산적된 소비자 문제에 당장 소송을 걸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사회 기업이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과 경각심을 갖게 하는 예방차원의 의미가 크다.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악의적인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기업의 불법행위가 줄어들 것이다. 이번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우리나라 국민만 큰 피해를 당해 글로벌 시장의 ‘봉’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집단소송법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오해다. 이를 바로잡고 싶다. 집단소송법이야말로 소비자권리 보호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지기 위한 제도다.

대형 글로벌 기업인 맥도널드만 봐도 ‘뜨거운 커피’ 소송 이후 커피컵 표면에 화상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넣었으며 커피 홀더를 개발하고 커피컵 재질에 온도를 차단하는 원료를 사용하는 등 개선방안을 연구했다.


맥도날도는 뜨거운 커피에 화상을 입은 79세 할머니에게 보상적 손해배상으로 16만 달러(1억 8천만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48만 달러(5억 4천만원)을 보상했지만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다.

여성 유방확장용 실리콘 겔 판매업체인 다우코닝도 집단소송으로 파산신청을 할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이후 조직을 개편하고 혁신을 단행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집단소송으로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 소비자에 대한 책임과 기업윤리, 도덕적 철학이 없는 기업이 망하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 글로벌 기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이 가진 책임감이나 의식수준이 글로벌 기업만큼 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법제도에 의해 삼성이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을 나갔더라면 이번(갤럭시노트7 폭발 논란 후 입장)사태는 없었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가’를 연구했다. 높아진 소비자 주권의식과 시장 수준에 맞는 법제도가 미비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경제수준, 규모로 봤을 때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진작에 도입됐어야 했다. 제도가 생기기도 전 “기업을 약화시킨다”, “이러다 망하는 건 아닌가” 등 일부 주장과 선입견이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국외의 경우 대기업이 다 망했어야했지만 오히려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집단소송법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힘을 모아야한다. 이번 국회에서 법이 꼭 통과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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