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구성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201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체류 외국인이 140만 명을 돌파하여 10년 전에 비해 4배가 증가했으며, 결혼 10건 중 1건은 국제결혼이다. 세계화, 결혼연령인구의 성비 불균형 등으로 외국인의 유입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인종,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공존하면서 발전적 사회질서를 구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의 주류 구성원인 일반 국민의 인식과 태도이다. 일반 국민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주민은 배타적 결속력을 강화하고 결국 2005년 프랑스 파리 방리유 폭동,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테러와 같은 집단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우리나라 국민이 다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국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어느 국가든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유럽은 18개국은 74%가 찬성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36.2%만이 찬성하였다. 국내 외국인이 늘어나고 해외여행 경험도 증가하면서 다른 인종,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문화공존에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낮았다. 독일 등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 그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수가 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30%만이 동의하였다. “외국인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올라가고, 국가 재정부담이 커질 것이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각각 36%, 38%에 불과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즉 우리나라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최근 수원, 서울 영등포 등에서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였다. 이들에겐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 기여를 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피부색, 말투가 조금 다르지만 우리 회사의 동료이고, 같은 학교 친구이다. 김치를 담그고,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눈물 흘리는 한국인의 어머니이다.

세계 각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 700만명이 넘는다. 미셸리 전 워싱턴DC 교육감, 성김 주한 미국대사 등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다른 인종,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6일에는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선임되어 다 같이 기뻐하였다. 그러나, 2일 뒤 우리나라에서는 이자스민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외국인 혐오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였다. 부끄러운 일이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다문화가 우리 사회 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여러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점차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임관식(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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