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독성 높은 살균성분 첨가, 외국선 허가 받지 못했을 것”

▲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 우먼컨슈머>

 

[우먼컨슈머 김아름내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이 22일 오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센터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인 21일 옥시는 검찰의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소환조사 후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피해자가족모임은 “사과가 아니다”라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롯데마트는 5년 만에 14개 피해발생 제품 판매사 중 최초로 공식 사과했다. 홈플러스는 정식 사과가 없었고 옥시 또한 정식으로 사과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94년,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개발했고 애경은 원료를 갖고 제품을 최초로 공급받아 판매했다. 또 이마트는 애경으로부터 PB상품을 공급받아 팔았다.

마찬가지로 옥시도 1998년부터 살균제를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2003년, 롯데마트 PB상품은 2005년, 코스트코는 2008년, 세퓨는 2009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각각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1994년부터 판매되었음에도 불구 피해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시점은 왜 2011년이었을까.

최 소장은 “2011년 겨울이 유난히 추웠고 (한국)가옥구조상 난방 등으로 가습기 및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증가했다. 또 2009년 조류독감 여파로 살균, 위생에 대한 대중 관심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전국에서 산모 피해자 8명이 아산병원 응급실로 모였다. 환자가족과 의료진이 당국에 신고해 알려지게 됐다. 아산병원 책임자 또한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 역학조사 후 제품 리콜을 실시했으며 약 5년이 지난 올해 1월에서야 서울지검에서 특별수사팀이 설치됐다. 17년간 20개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는 연간 60만개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제조사가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가운데 최 소장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도적 이중기준을 꼬집었다.

이중 기준이란 선진국의 다국적기업 모기업에 적용되는 규정이 개발도상국 다국적기업 자기업에서 적용되지 않거나 매우 느슨한 상태로 적용하는 이중성을 뜻한다.

최 소장은 “1998년 ‘가습기당번’을 제조 판매한 동양화학그룹 옥시는 몰랐다 하더라도 2001년 옥시를 인수한 영국기업 레킷벤키저가 PHMG(유해성심사 :향균제로 향균카페트 등에의 첨가제로 첨가)를 넣은 ‘뉴 가습기당번’을 제조 판매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BPR(사전허가규정에 살생제품관리지침)제도를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살균제를 유럽시장에서 팔려고 했다면 BPR에 의거 유럽연합 회원국 정부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했고 호흡독성이 높은 살균성분 때문에 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판매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했다.

옥시가 유럽의 규제하에 영업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지침제도를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는 관련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됐다는 것이다.

백도명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는 “집단을 대상으로 원인을 규명할 때 모든 원인을 포함해서 검토돼야 특정 원인이 실제 연관성(가습기 살균제 때문인지)이 있는 밝혀야하는데 개별적인 사례인 것처럼 역학조사를 한 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시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문건을 보면 사용농도 재현 실험, 동물 실험 등 전체 보고서를 제출한 게 아니라 자기 입맛에 맞는 평균값이나 저농도 동물 실험 등 의미 없는 결과 들 중 일부만을 제시하며 이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동욱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는 “얼마만큼의 가습기 살균제가 호흡기로 들어간 것인지, 어느 적정 농도가 안전지점인지 찾기 어렵다”며, “피해자 패턴을 보면 어린이부터 임산부, 건강한 사람까지 있고 오염에 민감한 부분(질병환자 등)에서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PHMG 농도가 옥시제품에서 1,279ppm, 롯데 와이즐랙에서는 1,307ppm으로 확인됐다.

먹는 수돗물에 잔류 염소기준은 4ppm이다. 가습기에 넣었던 살균제 농도는 이보다 1000배 이상 높았다.

제조사는 사용자의 건강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미생물을 완벽하게 제거할 높은 농도의 살균제를 제품에 넣었다.

박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는 보통 수면 시 사용됐다. 부모들은 가습기를 아이의 호흡기 주변에서 틀었을 것이고 그만큼 아이의 폐포 속으로 많은 살균제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겨울철 4~5개월씩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화학물질을 제거할 한계를 넘게 된다. 거칠게 추산하면 일주일에서 1개월 만에 사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태현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절히 심사했다면 이런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형태로 사용되지 않았고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피해자 가족들이 고소한 지 4~5년이 지나고 전담팀이 꾸려졌다. 필요 시 범죄피해자보호법을 개정해서 피해자에게 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업의 실제성을 인정하고 필요하다하면 인간에게 해당되는 사형죄, ‘기업해체’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환경시민보건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찾을 것이며, 옥시 불매운동 전개 및 제조업체에 대한 처벌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우먼컨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