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결국 취소되면서 약사법 개정안도 사실상 폐기 처분될 상황에 놓였다.

국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열고 약사법 개정안 등 59개 법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하려 했으나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안'(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모든 국회 일정이 취소됐다.

감기약·소화제·파스 등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 상정시 통과가 유력했지만, 이날 본회의 취소로 결국 18대 국회 폐기 법안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18대 국회 일정은 5월29일까지로, 남은 기간 동안 본회의 개최 여부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국회 임기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여야가 극적으로 국회선진화법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본회의를 다시 열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아직 시간은 있다…무조건 통과시켜야"

보건복지부 내부적으로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다만 아직 이번 국회 회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과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과를 코앞에 두고 또 다시 무산돼 정말 안타까움이 크다"며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긴 하나 낙선된 현역 의원들이 많아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어렵고 모인다 해도 의원들이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안들을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사실상 폐기'라고 봐야할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번번히 무산되는 이유가 법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정치관계법으로 인한 것이라 더욱 안타깝다"며 "하지만 아직 회기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사력을 다해 법안 통과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만약 이번 18대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의 폐기 처리가 확정될 경우, 곧바로 입법절차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우려하는 것은 올해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차기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약사법은 다른 민생법안과 달라 차기 국회로 넘어가면 통과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진다"며 "특히 오는 12월 약사회장 선거가 있는데 후보들은 약사법 개정안 통과를 막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고 따라서 약사회와의 합의 과정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국회선진화법과는 별개로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그 다음에 선진화법을 처리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가 큰 국회선진화법과 약사법 개정안 등의 민생법안이 연계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아직 회기가 한 달이나 남아있는 만큼 민생법안과 정치관계법을 분리해 처리하는 등의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민생법안 가운데 응급의료 법안도 주목할 만하다. 이 법안은 '도로교통법'에 따른 과태료 수입의 20%를 응급의료기금으로 사용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응급의료기금 연장 내용이 포함돼 있어 처리가 시급하다.

이번 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 매년 400억~500억원의 예산으로 전국 약 10곳에 설치될 예정이었던 중증외상센터 건립에는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또 의료 취약지역에 응급실을 짓는 사업, 도서·산간지역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는 사업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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