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드몬스터 김환형 대표 <사진 우먼컨슈머>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 위치한 애드몬스터는 디자인 기획 및 편집을 주 업무로 하는 레이저 가공 공방으로 2013년 9월 설립됐다. 비슷한 업종의 레이저 공방은 여러 개 있지만 김환형 애드몬스터 대표가 한 손 만을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는 걸 알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느냐고 새삼 놀라는 이가 많다. 물론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오픈한지 2년 반 정도 되었는데 처음 1년은 수입이 정말 적어 어려움이 있었어요. 전 직장(디자인 기획실)에서 2005년부터 8년간 일했었어요. 고등학교 때 산업디자인을 전공해서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가게 되었고, 전역하고 얼마 안 되서 취직을 했는데 한 달 쯤 다녔을 무렵 출근길에 사고를 당했죠. 그 사고로 왼팔을 못 쓰게 되었어요."

특별한 기술이 없던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서류전형 합격으로 막상 면접을 보면 장애로 인해 낙방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장애인 직업학교에 입학해 취업도전을 계속했다. 



"과가 6~7개 되었는데 그중에서 인쇄매체과에 지원했어요. 세계대회도 있고, 선배기수가 그 대회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그때 저도 결심했어요. 세계대회에서 입상한다면 나만의 경쟁력을 갖게 되니 취업에도 문제가 없겠구나. 한번 도전 해 보자."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한 것은 그가 어려운 가정형편에 장남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헬런캘러에게 스승 앤 설리번이 있었듯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서포트 해준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인의 소개로 디자인 기획실에 취업했는데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한손만을 사용해 좀 더디긴 하지만 저의 꼼꼼함과 세밀함이 담긴 디자인을 인정해주었지요. 남들이 지나치는 소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신경을 썼던 게 경쟁력이었죠. 제 디자인에 자신감도 생겼고요.

입사해서 몇 달 안 되었을 무렵 문득 실력을 평가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기도 장애인 기능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2005년 6월 대회였는데 1위를 했죠. 3개월 후 전국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금메달을 수상 했어요. 이 후 2007년 세계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이 대구에서 있었는데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세계대회에 나갔어요. 일본 시즈오카에서 했는데 동메달을 수상했죠.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사장님의 배려에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세계대회에 나가려면 합숙훈련을 하거든요. 3개월간 회사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사 2년차의 한창 바쁠 때인데도 불구하고 제 처지를 아시는 사장님이 유급휴가를 주셨어요. 대회 다녀온 뒤에 여러 업체에서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은혜에 보답하고자 그 뒤로도 계속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그의 전공분야는 전자출판이기에 이 후 시각디자인 분야로 종목을 바꿔서 도전을 계속했다. 2007년 세계대회 이후 2015년까지 몇 차례 도전해 여러 번 수상했으며 특히, 관광기념품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도 했다. 모친이 제주도에 계셔 오며가며 우연히 공모전을 한다는 얘길 들었고, 2~3일 정도 남은 기한에 급하게 출품을 했지만 운이 좋았다. 이쯤 되면 디자인은 그의 재능을 일깨워준 하나의 매개체이다.

 

▲ 애드몬스터 김환형 대표 <사진 우먼컨슈머>

 

“준비하고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

“기획실에서 급여가 보장되어 있는데 왜 독립했는가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부족하지 않은 급여였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 했을 때는 답이 보이지 않았죠. 회사에서 인정받아 중요 프로젝트를 도맡아 할 때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흔히 말하는 슬럼프였던거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우울증도 왔었어요. 그러던 중 계속 고민만 하는 것 보다 도전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그만의 감각을 살려 창업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분야와는 달랐지만 혼(魂)을 담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디자인 편집을 겸업으로 레이저 가공 공방을 차린 것이다. 당시에는 레이저 공방이 몇 없었고, 그만의 디자인 감각을 살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수인쇄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관공서 일이 많았던 전 직장의 단조로움이 창업의지를 불러온 것이기도 했다. 레이저 가공은 소재가 다양해 금속은 물론이고 나무, 종이, 가죽, 섬유 등에 결과를 낼 수 있어 작은 것 하나에도 디자인 감각을 입히고 싶어 했던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예전에는 기획부터 전반적인 업무를 도맡아 했는데 이제는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와 업무분담을 통해 서로 성장해 나가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커피관련 인테리어 소품업체와 ‘아르코’라는 브랜드를 런칭했고, 가구업체와 협업도 하고 있죠. 유명한 조각가님과도 인연이 돼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이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힘들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난관을 헤쳐나가며 부지런히 미래를 준비하는 애드몬스터 김환형 대표. 그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듯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 그는 생각한다.

“저처럼 장애가 있는 분들이 저와 같은 시기에 수료해서 30명 정도 취업했어요. 하지만 현재까지 현직에 있는 친구들은 4~5명밖에 없어요.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편집디자인은 특히나 건강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분들에게 제가 한 것처럼 세계대회를 목표로 해 수상한다면 어떤 직장에 가도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말을 해 주었어요. 장애인학교 수료자들과 전 직장에서 3~4명 같이 일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정말 소수일 뿐이죠. 애드몬스터가 지금보다 더 탄탄해진다면 장애인기업 인증을 받아서 장애인육성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들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저와 같은 사업장을 많이 늘린다면 장애인 의무고용도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저처럼 장애가 있는 분들도 경쟁력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겠죠.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듯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우먼컨슈머 방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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