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은 완화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제회복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OECD는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며 2012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3.4%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Economic Outlook, 2011.11.28.). 유럽 재정위기의 파급 가능성과 중국의 하드랜딩(hard Landing) 가능성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지적되고 있다.

한·EU, 한·미 FTA 등 주요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큰 흐름은 벗어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나 상당수 경제관련 기관들도 하반기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만 금년에 3%대 중, 후반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지연만이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불균형과 성장잠재력 약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고용률 63.8%로 2008년 수준을 회복하는 등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수출 중심의 경기회복과 내수침체, 대·중소기업 격차 등 불균형이 가계와 노동시장에 그늘을 드리우고 사회적 불만을 낳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명목임금은 1% 올랐지만 물가가 4.0% 올라 실질임금은 2.9%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비중이 2000년의 71.3에서 2011년 62.6까지 떨어졌다. 하위 20% 가구의 소득 대비 상위 20% 가구의 소득 배수를 나타내는 5분위배율은 2007년 5.60에서 2011년 5.73로 늘었다.

즉, 물가상승에 따라 근로자들의 소득보존 요구가 높아지고, 특히 소득이 낮은 근로자들의 생활임금 지급(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이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여건은 노사단체의 금년도 임단협 전망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 같다.

경총은 올해 적정 임금조정률로 2.9%를 제시했다. 작년의 3.5%에서 0.6%p 낮아진 수치다. 한편, 한국노총은 올해 ‘공동임단투 지침’에서 9.1%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이 역시 작년의 9.4%에서 0.3%p 낮아진 것이다. 격차는 있지만 노사 모두 올해의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는 있으나, 경영계는 경제의 어려움에, 노동계는 임금보전에 보다 강조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요 이슈를 볼 때, 한국노총(단위조합 설문조사, 2012년 1월)은 올해의 임단투 1순위 역점사항을 ‘임금인상 및 임금체계 개선’(61.9%)을 들고 있어, ‘노조전임자 관련 대응 마련’(13.9%), ‘복수노조 관련 단협 및 취업규칙 변경’(8.7%), ‘노동시간 단축 또는 교대형태 변경’(1.3%) 등 기타 이슈를 압도한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겠지만 역시 산업현장 노사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핵심이슈는 임금인상 요구가 아닌가 싶다.

경총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을 보면,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란 응답은 ‘훨씬 더’(9.6%)와 ‘다소 더’(46.9%)를 합해 56.5%로서 노사관계 불안심리가 높다. 기타 ‘정치권의 친 노동계 행보’(26.1%), ‘노동계의 정치세력화 및 정치활동 강화’(23.9%),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문제 부각’(12.8%), ‘경제위기 우려에 따른 고용문제 대두’(9.4%),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조분화’(8.9%) 등 순으로 나타났다. 즉, 금년도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느끼는 데는 경제내적인 요인보다 정치일정 등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계의 금년도 전망조사를 작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2011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서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란 응답은 ‘훨씬 더’(24%)와 ‘다소 더’(51%)를 합해서 무려 75%에 달했다. 그리고 불안요인으로는 ‘복수노조 허용’(45%), ‘사내하도급 및 비정규직 투쟁’(20%),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타임오프 교섭’(18%), ‘임금인상’(6%) 등 순이었다.

즉, 지난 해에 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가 금년보다도 훨씬 컸었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노조제도와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시행과 관련한 기업들의 우려는 기우였으며, 노사관계와 법제도의 정착 측면에서 모두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먼저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올해 2월말 현재 100인 이상 단협만료 사업장 2,978개소 중 2,931개소(98.4%)에서 도입했고, 면제한도 준수 사업장이 2,923개소(99.7%)에 달한다.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노조설립은 지난해 7월 322건에서 올해 2월 33건으로 안정되었고, 복수노조 사업장 369개소 중 359개소(97.3%)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금년에도 다소 변수는 있겠지만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한진중공업 사태 등 사회적 논란이 컸던 사안으로 인해 노사관계가 불안하다는 착시현상이 일부 있었지만 2011년은 지난 어느 해에 비해서도 노사관계가 안정되었던 해였다. 연간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65건에 불과하여, 과거 20여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근로자 1천인당 24.7일로 OECD 평균 26.8일(2008년 현재)보다 낮아졌다.

우리 노사관계도 지표상으로 볼 때는 지난해 선진화 된 수준으로 도약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만 하다. 경총의 2012년 CEO 경제전망조사에서 CEO들이 현 정부 들어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무역정책에 이어 노사정책을 꼽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정부가 ‘법과 원칙’, ‘노사분쟁 자율해결을 원칙’을 견지하고, 노동법 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였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노사의 역량이 그만큼 성숙해지고, 산업현장에서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투쟁을 통한 성과와 노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던 일부 노동운동의 행태와 관행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여 거둔 성과를 보상과 근로조건 개선 등 근로자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일정 등 외부적 요인이 산업현장의 임단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금년도 현장의 임단협과 관련된 주된 쟁점은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공감하는 이슈인 임금인상 문제와 기타 고용안정 요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고용안정 관련 이슈로는 최근 몇 년간 노사갈등을 경험한 사업장들의 사례와 현대차 사내하청 관련 법원판결에서 보듯이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사업장과 사내하도급, 용역 등 비정규직의 고용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노사갈등의 핵심이슈가 되고 있다.

노사협력 정책방향과 추진과제

고용노동부는 ‘내 일(work)로 나아가는 노사관계’를 2012년 노사협력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①노사관계 선진화 정착, ②전환기 갈등관리 강화, ③미래를 준비하는 노사관계 등을 3대 중점과제로 정했다. 노사관계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더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로의 전환이 긴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첫째, 복수노조제도와 근로시간면제제도 등 노사관계 선진화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해서는 일부 노사의 편법운영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대규모사업장을 중심으로 주요 사업장의 운영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위반시 시정 및 재발방지 등 사후관리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파트타임 면제자, 현장 미복귀자, 노조 재정지원 등 법위법이 자주 적발되고 있는 사향을 중심으로, 위법소지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 내실있는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문제는 상반기 단체협약이 만료되는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복수노조 설립, 교섭권과 공정대표의무 이행 등 노조간 갈등과 부당노동행위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개시되는 복수노조 사업장 300여개소를 집중관리 사업장으로 선정해서 전담감독관을 지정해 교섭개시 이전부터 밀착 관리하고 지방관서별 복수노조 자문단을 통해 교육과 컨설팅도 충실히 할 계획이다. 한편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일부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은 법제도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제도 안착에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사이버 신고센터 등을 통해 신속히 수사하고, 위법사항 적발시 의법조치 해 나갈 것이다.

둘째, 전환기 노사갈등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장 노사갈등의 주요 이슈별로 TF를 구성하여 주요사업장과 분규취약 사업장에 대해 임단협 이전부터 분규예방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관련 노사갈등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전반적인 현장 노사관계의 안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비정규직·사내하도급 등을 둘러싼 사안은 노사갈등 발생 가능성이 높고, 갈등이 극렬화, 장기화되어 사회적 이슈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요 노사갈등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 갈등조정에 전문성을 갖추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교섭협력관을 해당사업장에 파견하여 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노동위원회 역시 갈등이 우려되는 주요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갈등요인 분석 등 예방적 조정활동을 강화하고 조정 이후에도 사후조정을 연계한 갈등의 조기 마무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최근 몇 년간 노동위원회의 조정 성립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07년 64.8% → ’11년 70.2%) 노사갈등 해결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노사가 노동위원회의 사전조정, 사후조정 등을 비롯한 조정절차를 잘 활용한다면 사업장 노사관계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생산시설 점거, 공격적 직장폐쇄, 지배·개입 등 불법행위에 대해 노사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함으로써 조기에 공정한 해결이 이루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셋째, 임단협의 교섭 비용을 줄여나가는 노사관행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현재 임금협약은 1년, 단체협약은 2년으로 유효기간을 정하고 따로 교섭을 하는 관행으로 인해 교섭비용이 과다하고, 사실상 노사가 매련 분배지향적인 임단협 교섭에 역량을 소모하여,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등 성과확대를 위한 ‘생산적 교섭’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임단협 교섭주기 연장(다년교섭) 및 통합교섭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금년도에 일부 사업장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고, 모범사례를 타사업장에 확산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년도 노사단체 지원사업 공모를 통하여 노동조합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노사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대기업·중소기업간 불균형 해소”의 문제는 앞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고, 사회적 분열과 대립을 치유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과제이다. 물론 이것은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며, 해법 또한 찾기 어려운 문제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법제도의 개선만으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으며, 노사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금융, 공공기관 등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의 노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비정규직을 우선 배려하는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

대외적 선전을 위해 임단협에 ‘사회적 책임’을 양념으로 넣어 포장하는 모습을 넘어 우리 시대의 화두를 노사정이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직까지 상당수의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불우이웃 돕기 등 일반적 사회공헌으로 인식하고 있고 실천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못한 점이 아쉬운 점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①장시간 근로개선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②비정규직 근로자 등에 대한 차별개선 및 고용안정, ③원·하청간 공정거래 질서확립, ④지역공동체 동반성장 등을 주요 영역으로 하여 지역·업종별 실천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킬 계획이다.

특히 금년도에는 완성차 부문을 비롯한 대규모 제조사업장을 중심으로 근로시간단축(교대제 개편) 문제가 이슈화 될 예정이다. 노사가 양보와 배려를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생산성을 향상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윈-윈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이러한 노사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권혁태(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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