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무형문화유산 중심국이다. 세계 문화유산 정책을 실시하는 유네스코에서 유형문화유산 분야에 있어서는 서구가 헤게모니를 갖고 있으며 세계유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산 중 55%이상이 서구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한국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고 선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제도는 1962년부터 행해져 왔다. 지난 2003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채택되었으니,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는 유네스코보다 40여년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 정책을 펴는데도 많은 기여를 한 바 있다.

특히 한국의 무형유산 전승제도인 “인간문화재” 제도는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어 유네스코에서 이 제도를 각 회원국들에게 권고한 것이 그 결정적으로 주효하여 무형유산 보호협약이 제정된 것이다.

또한 2004년에 학문세계의 올림픽이라는 세계박물관대회가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그 대회의 주제가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국이 무형문화유산의 중심국이라는 점을 세계가 인정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012년 올해 참 중요하다. 총·대선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한국, 나아가서는 세계 무형문화유산 지형까지 바꿀 문화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지 50년, 문화재청은 ‘무형유산법(가칭)’ 제정을 통해 우리 무형유산 보호대상도 확대하고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무형문화재가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지원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무형유산의 가치를 알리며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능력을 개발하고 대중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이 현재 전주에서 건립 되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세계 최초로 건립되는 무형문화유산의 전당이다. ‘한류’ 열풍의 근원인 전통문화를 한껏 발전시켜나가야 할 이 때, 그동안 묵묵히 고생하던 전승자들에게 ‘국립무형유산원’의 건립은 자신의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무형유산을 발전, 전승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전승자와 정부간의 튼튼한 협력체계를 구성해 양자가 대한민국 전통문화 보호와 민족문화 창달의 두 바퀴임을 서로 각인하고 우리 무형문화재를 우리 문화의 주류, 세계문화의 한축으로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문화재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표목록에 등재되는 무형유산들을 빨리 발굴하고 목록을 작성해 이 무형유산들의 성격에 맞게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전승 지원이나 관리제도 개선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무형유산 지식재산권의 국내외 보호 활동을 강화하는 등 무형문화재 지킴이가 되어주고, 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생활 곳곳에서 활력 있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전승체계도 다듬어야 한다. 또한 세계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한국이 공헌할 바가 무엇인지도 모색하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고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이유이다.

무형유산 중심국인 한국이 무형유산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세계 문화지도가 달라진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많은 국립기관 중에 한국을 대표하고 국격을 높이는 세계적인 브랜드로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믿는다.

임돈희(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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