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채원, 말도 잘하고 생각도 깊고…남자가 되고픈 '윤서'<사진=뉴시스>

 

"'윤서'는 저보다 훨씬 적극적이었어요. 저는 '윤서'보다 재미없는 캐릭터예요."

지난 8월부터 입은 의사 가운을 벗은 탤런트 문채원(27)이 웃었다. 뭇 남성들을 설레게 만든 목소리, 조곤조곤한 말로 지난 8일 막을 내린 KBS 2TV 메디컬 드라마 '굿 닥터'를 추억했다. "제가 다시 공부한다고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2% 미만이라고 봐요. 멋진 직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자폐 성향에 발달장애가 있는 '박시온'(주원)이 진정한 소아외과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전했다. 문채원은 사명감이 강한 소아외과 2년차 펠로 '차윤서'로 석 달을 살았다. "남성적인 느낌의 의학드라마보다 예전 '종합병원' 같은 느낌의 드라마를 하고 싶었어요. 소재도 재밌었지만 집도가 가능한 캐릭터라는 것도 좋았어요."

독특한 멜로를 연기하길 바라던 마음과도 닿았다. 그동안 의학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와 멜로를 연기했던 것과 달리 자폐를 앓고 있는 연하의 '시온'과 연애감정을 키우는 '윤서'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또 힘들었다.

"'윤서'가 '시온'에게 '나도 너한테 기대고 싶다'며 고백하는 장면도 쉽지 않았어요. 수없는 고백장면을 연기했고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는데 이번에는 없었어요. 선후배들이 연기했던 모습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오로지 그 친구와 제가 만들어가는 장면이었죠. 이런 멜로신은 처음이었어요."

지난 8월 동시간대 1위 시청률(10.9%·닐슨코리아)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 방송 한 달여 만에 20%대를 돌파했다. 회를 거듭하며 조금씩 자라난 '박시온'과 '차윤서'의 감정이 시청률을 견인했다. 문채원은 공을 시청자들에게 돌렸다.

"'굿닥터'는 시청자와 같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유독 있어요.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고 드라마를 봐주신 거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가 이만큼 멜로를 건드리게 된 거죠. 시청자의 몫이 커요. 저희만 뭔가를 준 게 아니라 받는 걸 느꼈어요. 힐링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동안 의학드라마에서 사람을 살리는 공간인 병원, 그 속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정치적이고 음모적으로 다뤄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굿닥터'가 더 좋았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 고민하는 모든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시온'이 말해줘서 좋았어요. 휴먼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을 고찰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습니다."

'좋은 의사'를 연기하는 자신이 '좋은 배우'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의사를 연기하면서 의사에 대한 생각만 변한 게 아니에요. 드라마 촬영기간 내내 '좋은 배우'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죠. '내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그냥 배우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죠."

"최근 몇 년 간 연기하면서 일을 순수하게 즐기는 게 아니라 욕심이나 완성도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봤죠. 저만 하는 고민이 아닐 거에요. 많은 배우가 '좋은 배우'에 대해 고민하고 또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왕이면 즐기면서 가자는 마인드를 '굿닥터'를 통해 배웠어요."

'폭발력' 있는 캐릭터로 다시 대중을 만나고 싶다. "영화 '화이'를 보면서 저는 저런 영화 앞에서는 그냥 관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내용을 여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으니까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여자는 '알'을 깰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죠."

이르면 내년, '재미없는 캐릭터'지만 '좋은 배우'를 꿈꾸는 문채원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차기작은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TV와 스크린 중 어디에 더 맞는지, 스크린에서는 또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 저도 제가 궁금하거든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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